좋은 이야기

난,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었을 뿐이고...

나눔의꿈 2008. 12. 21. 23:20

나쁜 사마리아인들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장하준 (부키,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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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저 열심히 일했을 뿐이고...
남들 산다고 조그만 집을 따라 샀을 뿐이고...
주식이 좋다고 해서 펀드에 가입 한번 했던 것 뿐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그저 열심히 돈 좀 벌어보자던 행동이 이렇게 되었으니...쯧쯧

얼마전 국방부로부터 불온서적(?)이라는 칭호를 받았던 그 책을 기어이 사서 보고야 말았다. 외국어로 된 번역서적으로서 과감한 결단으로 불온서적의 대열에 동참된 이름을 보면서 또다시 사서 봐야한다는 유혹을 견딜수가 없었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그저 그렇게 시작된 책과의 만남. 그리고 시작된 경기침체와 우려되는 대량 실업사태 그 중에서도 우리와는 전혀 연관없을 것 같았던 미국의 독감에 우리가 수술실로 실려갈 것만 같은 병약함과 나약함에 오늘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힘겹게 한다. 침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지금의 경제상황이 너무 어렵다. 우리의 허리띠 구멍이 2개정도는 줄어들 수도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그 불안감속에 덧붙여 왜 다른 나라의 어려움이 우리에게 이처럼 쓰나미로 다가오는지 모르는 대다수의 국민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만 비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부자나라들이 '신자유주의'라는 미명하에 수많은 하층(?) 국가들의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때로는 침울하게 때로는 비분강개하면서 말이다. 세계 경제의 3적이라는 'IMF', 'IBRD', 'WTO'는 부자나라가 원하는 대로 부자나라의 마음에 맞는 정책을 펼칠 수 밖에 없고, 우리가 기억하는 97년 12월 IMF구제금융 당시 우리에게 강권(?)했던 정책들이 자유주의라는 미명하에 부자나라들이 원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같은 정책을 펼쳤음을 예시한다. 정책의 오류를 교묘하게 숨기고 경제 장학생으로 아름다운(?) 포장을 하면서까지 우리는 철저히 사악한 삼총사 중 하나인 IMF의 무지(?)한 정책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었음을 보여준다.

왜 나쁜 사마리아인들인가? 자신들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 보호무역주의는 기본이요, 철저한 자국 이익중심의 정책으로 자국의 경제가 훼손되는 것을 막아섰던 부자나라들이 이제는 자율성 보장이라는 얘기로 보다 못한 국가들을 꼬드기고 있기 때문에 부자나라들은 사악한 그래서 아주 질이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핵심 아젠다가 무엇이냐? 규제철폐, 민영화, 국제무역, 투자개방 등등등이 모든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 그래서 동전에 양면이 있는 것처럼 모든 정책에도 양면성을 가질 수 밖에 없음에도 앞면만 존재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현실이 존재할 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공기업의 민영화가 필요한가? 왜 우리는 민영화를 하려고 하는가? 대부분 내놓는 가장 큰 이유는 효율성이다. 공기업 내부의 부폐정도와 민간이 경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논리... 그러나, 이를 한번 뒤집어 놓고 생각해보면 민간이 경영하는 기업들이 다 효율적으로 움직였던가? 30년 이상 존속하는 기업이 과연 몇이나 있는가? 그처럼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인 기업들이 다 망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이익 창출만 가능하다면 민간이 운영하든 정부가 운영하든 상관없다는 사실... 거기에 하나 덧붙인다면 공기업의 공공재 생산 문제로 수돗물처럼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은 이익 창출의 목적이 아니라 공공의 사업논리로 따져야 한다는 얘기처럼 우리의 사고 포인트를 옮겨주기도 한다.  

그렇다. 위의 사례는 하나의 사실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지금 지속적인 발전이 필요한 국가요, 부자나라들은 더 이상 경제발전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산업과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가진 이기적인 집단일 뿐이다. 우리가 투표에서 '1인 1표'제인데 반해 세계의 경제 논리는 '1달러 1표'제의 성격이란 말 참 가슴에 와닿는다.  

무역자유화는 경제 발전의 결과요, 자유주의 경제 정책은 개발도상국의 '자유'를 옭아매는 밧줄일 뿐이라는 논리도 이해할 필요가 있고, 한국의 경제발전은 적절한 규제와 진입장벽을 통한 정부관리가 빚어낸 하모니의 결과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까지... 그래서 절대로 자국의 이익을 희생하면서 가난한 나라들을 도와주는 국가는 없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지금 진실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가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