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야기

"화폐전쟁-Currency Wars"을 읽고

나눔의꿈 2008. 12. 4. 13:57

화폐전쟁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쑹훙빙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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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것은 거대 금융재벌에 의해 치밀하게 계획된 시나리오다.라는 말 믿어야 하나?

 이 책과 관련해서 음모론도 존재하고 그 진위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고려하더라도 누구나 한번쯤 그럴 수 있다고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듯 하다. 미국의 9.11 사태도 음모론이 존재하듯 어디서나 다 음모론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 음모론이 형성되는 이유는 그만큼 관련된 정보가 빈약한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된 내용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어떤 음모론에 의해 씌여진 책이던 상관없이 세계의 현대사에서 화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큼을 역설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전세계의 부가 집중되어 있는 몇몇 선진국이 그들 나름의 화폐유통에 대해서 주장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런 내용들이 개발도상국이나 빈민국 사이에서는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 나라의 경제를 옭아맬 수 있는 올가미가 될 수도 있지만 울며겨자먹기로 따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힘의 논리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화폐전쟁에서 보여주는 얘기는 당사국인 선진국보다는 오히려 개발도상국이나 막 경제개발을 위해 기지개를 켜는 나라에게는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내용일 수 밖에 없다.  

무서운 현실이다. 지금 우리는 IMF이후로 어려운 경제환경에 직면해 있다. 다행히 IMF때에는 전세계의 경기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오히려 지속적인 호황으로 유도되는 때라 짧은(?) 시간에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내외부적인 환경에 의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내용을 바라본다면 언제 다시 경제가 제 자리를 찾아갈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경제 위기가 여기에서 언급한 내용에 부합되는 측면도 있으니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그냥 읽어볼 필요성도 있음을 느낀다.  

어찌되었든 지금의 위기는 통화팽창에 의한 인플레이션과 자산가치의 상승에 따른 거품 경제의 붕괴에 기인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주지의 사실이요, 이러한 통화팽창의 원인이 훌륭한(?) 수학자와 통계학자, 금융공학자들을 동원한 월가의 파생상품에 의한 것이란 것도 다들 알 것이다. 바로 월가의 막강한 금융세력의 탄생에 대한 얘기도 곁들여 있으니 재밌는 얘기를 읽는 느낌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책을 읽는 독자들의 관점이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의사만을 듣는다면 모두가 그 말이 사실일 듯하지만 항상 쌍방의 입장을 적절히 고려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 서로의 의견을 다 듣고 나름대로 판단할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다.  

지금 우리의 경제가 그런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시중에 많은 통화가 풀린다면 필연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주식가치의 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고 이러한 통화 팽창을 경제가 흡수할 수 있다면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경제를 보면 지속적인 통화 팽창이 어느 순간 부풀러온 풍선처럼 터져버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금의 현실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내의 자산도 마찬가지다. 인위적인 경기 부양측면도 있었지만 외국에서 들어온 달러가 우리의 통화팽창을 야기한 것만은 사실이다. 경제가 그렇게 상승하지 않았는데 주식이 저평가되어있다는 말에 현혹된 우리는 단기간내에 거의 2배 가까이 주식시장이 뛰어올랐지만 아무도 그것이 거품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데 우리가 바보같았음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통화팽창은 필연적으로 거품이 꺼질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니 한치앞도 제대로 내다보지 못한 나도 참 바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강해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이 달러라는 전세계의 기축통화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 경제, 사회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전세계 경제위기는 그러한 미국의 헤게모니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그 빈자리를 세계 각국이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형국이다. 특히 이 책의 저자의 고국인 중국의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웃나라 일본의 움직임도 관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지금 전세계는 말그대로 경제 전쟁이다. 그 경제전쟁의 중심에 우월한 지위를 바탕으로 하는 화폐가 존재함을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왜 유로화가 탄생했고 아시아만의 통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을 하는지는 그 통화가 갖고 있는 막강한 힘을 이해한다면 손쉽게 알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믿고 안 믿고는 각자의 판단이지만 이 책의 저자도 은연중에 위안화의 가치를 높이고 통화강대국으로 갖고 싶은 바램을 표현했듯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지만 지금 우리의 행보가 어떤지... 술취한 사람이 흔히 하는 갈지자 행보를 답습하는 것만 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