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야기

아름다운 마무리 그 시작은 비움이다.

나눔의꿈 2009. 2. 28. 22:13
아름다운 마무리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법정 (문학의숲,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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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의 책에는 항상 후하게 별점을 매기게 된다.
나 스스로가 법정스님이 책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멘토를 둘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를 존경하고 그 사람을 닮고 싶어하는 마음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낀다면
아직은 세상을 살만하다고 여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법정스님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종교를 떠나서 이 시대의 정신적 어른으로서 보여준 행동 그리고 말씀은
우리가 진정으로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부분은 아닌가 생각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한다.
일의 과정에서, 길의 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한다.
덧없는 인생이라 얘기하지만 우리는 그 덧없는 인생속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우리네 인생에서 비움이란 두 글자가 중요하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함으로 자신을 채우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라고 한다.

우리는 흔히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난 돈에 욕심이 없고, 권력에 욕심이 없다고...
그리고 누구나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싶다고...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정말 돈에 욕심이 없고, 권력에 욕심이 없고 명예에 욕심이 없는 것이가?
성철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돈, 여자는 멀리 할 수 있을 지언정 명예만큼은 내 스스로가 멀리할 수 없다 하였다.
명예가 돈을 낳고 돈이 권력을 낳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란 마음가짐으로 충만함을 찾는다는 것은
우리같은 범부에게는 참 어려운 얘기다.

누구나 자기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고
남들보다 많이 쓰지는 못하지만 남들만큼 돈을 쓰고 싶은 것이 사람마음이 아닐까?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분명하게 가리고
진정으로 내 삶에 필요한 것만을 가짐으로 불필요한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지만
어찌 인간이 쉽게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인가?

삶에 지쳐 신음하는 나에게 잠시나마 힘이 되어주는 책이었다.
내 지친 영혼을 달래주지 못해 알코올에 의존하던 내 버릇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 주었다.
얼마전 김수환추기경의 선종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조문행렬에 외국인이 놀랐다는 기사는
우리가 얼마나 우리 시대의 정신적 지도자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리라.

책이란 놈은 항상 내 곁에 있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이제 정말 바쁜 일이 아니라면 책이 내곁에서 떨어지는 것은 막고 싶다.
그만큼 난 정신적 공허함에 지쳐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