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은 4.19였다. 3.15부정선거로 촉발된 이반된 민심은 4.19라는 거대한 민중봉기를 통해 그 분노를 표출했고 급기야 이승만대통령의 하야와 자유당 정권의 몰락을 가져왔다. 그로부터 1년 후 5.16 군사쿠데타로 박정희 장군의 집권과 그 이후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맞아 쓰러지기까지 19년동안의 장기집권하에서 현재의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지만 제대로 된 정치적 기반은 마련하지 못했던 굴곡진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잘 알고 있다.
민중의 강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었든지 아니면 부패한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였든 상관없이 국민의 힘이 한데 모아졌을 때 얼마나 커다란 힘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보여줬던 것이 4.19요, 가까이는 지난 1987년 6.10 항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맞닿아 있는 현실은 지난 60여년간의 민주화를 위한 전진 속에서 가장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할 시점에서 점점 더 알 수 없는 나락의 길로 들어서는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느껴왔던 발전의 속도에 비해 더디게 이루어진 정치 변화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4.19라는 중대한 현대사의 변곡점에서 단합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에 눈이 멀었던 우리들의 아픈 과거를 새삼 되새기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지금 똑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권력이란 속성을 이해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이런 현실을 망각하는 지도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절대로 권력은 영원하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진실이다. 그 진실앞에 무릎꿇지 않은 권력이 없었음을 한번쯤 상기해볼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작금의 정치 현실속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음을 느낀다. 서로가 서로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그리고 차지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생각만 드는 것은 그만큼 권력이란 단어가 주는 달콤함이 너무 강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권력앞에 그 누구도 강한 자가 될 수는 없을 것인가라는 생각에 내 자신조차 장담할 수 없음을 고민하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그 달콤함을 벗어던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4.19가 일어난지 50여년이 다 되어간다. 3.15부정선거로 촉발되기는 하였지만 이미 백성은 권력자의 통탄할 권력놀음을 더 이상 봐줄 수 없을 때까지, 그 한계점에 다다랐기에 봉기를 했을 뿐이다. 그런 국민의 뜻조차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우매한 정치인들로 인해 정치발전을 더 이상 꾀할 수 없는 지점까지 이르렀음을 정치인들은 반성해야 한다. 정치는 국민의 뜻을 따라가는 것이다. 정치가 국민의 뜻과 반한다면 당장은 그 권력으로 국민을 억압할 수 있지만 역사는 결국 권력자를 갈아치운다. 물론 그 권력자가 제대로 된 권력자인지에 대해서는 파악해야 하지만 말이다. 그 뿐이랴, 권력에 싸여 달콤함을 맛보면 살았던 세력이 권력의 변동으로 자신의 기득권을 놓게 되었을 때 벌어지는 일들을 싫어한다는 것도 문제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가 지속되는 것은 권력자가 존재하고 국가가 존재해서가 아니라 국민이, 백성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신라, 백제, 고구려의 백성도 우리 조상이요, 고려의 백성도 우리의 조상이요, 조선의 백성도 우리의 조상이었다. 다만, 통치자가 달랐을 뿐이다.
우리는 4.19라는 아픈 현대사를 뒤로 한채 그 현대사가 주는 교훈을 우리 가슴속에 깊이 아로새겨야 한다.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지만 과연 그 역사적 사실을 얼만큼 해석하고 우리의 지금 삶에 반영할 수 있을 지는 두고 볼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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