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

답답한 현실 속에서 무엇을 느껴야 되나?

나눔의꿈 2009. 3. 9. 10:42

아침마다 출근길에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MBC에서 방송하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이다.

시사적인 문제에 대해 정치인들을 비롯해서 관련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읽어내는 시사프로그램이다. 매번 들을 때마다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지만 그래도 꾹 참고 듣다보니 요즘은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정치가 존재하는지, 정치인들이 어떠한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정치하는지 모를 정도의 답변을 듣다보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렇게도 정치인이 좋은가? 왜 다들 그렇게 살까? 자기 후손들이 편하게 살려고... 하지만 지금 이 나라는 망하는 지름길로 가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왜일까? 그렇게 중남미 국가를 닮아서는 안된다고 노래를 하지만 우린 이미 많은 부분 그렇게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어 씁쓸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어 방송을 들었다. 오늘은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얘기와 더불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얘기가 있었다.

경제가 밑바닥을 헤매고 있고,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있는 현 시점에서 자영업자의 얘기를 듣다보니 참 기가막힐 뿐이다. 자영업자가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문을 두드렸지만 은행의 대답은 'NO'라는 것, 생활안정자금도 예산의 부족으로 몇 개월 지급 받는 것이 아니라 1개월만에 끝났다는 얘기 등 우리 주변에서는 참 어렵게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어렵게 사는 이유가 본인 잘못만은 아니라는데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어 이 땅에서 소위 권력을 잡고 정치를 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쏟아내고 싶은 심정이다. 정말 잘못한 것이 없는가?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없는가? 정말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할 일은 없는가?하고 말이다.
 

정치인이 국회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에 대해 그 폭행을 막지 못할정도로 대한민국 국회의 경호 경비가 소홀한지 의문이지만 그 폭행 사건 수사를 위해 50명이 넘는 수사인력을 투입한다는 것도 우습지 않은가? 정말 국민을 위한 정부이고, 국민을 위해 일을 하는 정부라면 작금의 정치 행태에 대해서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못하니 이것은 국민은 권력밑에 있다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김수환추기경이 선종에 든 이후 명동성당에는 신자의 수가 증가하였다고 한다. 고무적인 일이다. 종교에 귀의해서 종교에 의지해서 살아간다는 것이 고무적인 것이 아니라 종교가 종교로서의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신자의 수가 늘어난다는 것이 고무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신자의 수가 증가한 것에 비례해서 정치권력화되는 종교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종교가 정치와 동맹해서 권력화되면 이미 종교를 포기한 것과 다름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종교 권력화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일이다. 종교는 권력과 멀어야 한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김수환 추기경님을 존경하고 그 분이 몸담았던 종교에 더욱 믿음을 갖고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정치에 너무나 많은 혐오와 염증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정치가 우리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주 요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국회 문을 걸어잠그고, 도끼로 국회 문을 부수는 행태 뿐만 아니라 자신과 동떨어지는 의견이라고 무조건 배척하고 상대방을 비방하고 과연 그네들의 자식들은 그런 부모의 모습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부끄럽다는 생각을 가진 이도 있을 것이요, 그것과는 상관없이 부모의 권력으로 자신이 좀 더 편하게 살려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만 놓고 보면 어떻게 될 것이라 예측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앞날은 참 암담한 느낌이 더 크게 든다. 비단 정치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들이 갖고 있는 생각도 한탕주의에 너무 물들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때문이다. 스스로 변하고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지만 우리 자신도 남에게는 바꾸라고 소리치면서 정작 내 자신은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봐야 할 것이다. 
 

답답함을 느끼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방향을 잡고 달려갈 것인지를 고민해보는 시간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들을 부러워 하기 이전에 남들보다 더 나은 우리가 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 아침 참 많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