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미국의 국부는 특정 계층에 집중됐다. 우리는 그들에게 조금 더 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말은 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산국장이 2010년 미국의 예산안 및 향후 10년 재정지출 계획을 의회에 제출하며 한 말이라고 한다.
미국이 감세, 규제완화, 복지축소라는 개념을 갖고 시작된 '레이건노믹스'가 이제 그 막을 내리는 시점이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U자형 경제회복이냐, L자형 경제회복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30여년이란 세월동안 지속되어왔던 경제 정책이 오바마 대통령의 탄생과 함께 근본적인 수술대에 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부유층과 기업에 대해 세금을 더 걷고 중산층 이하 서민에 대해 감세와 의료보험 및 교육 개혁을 골자로 한 이번 예산안에 대해 피터 모리치 메릴랜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로빈후드식 세제개혁'이라는 표현으로 그 놀라움을 표현했다고 한다. 오바마는 이번 예산안 근거에 대해 서문을 통해 "중산층 가정이 규칙을 지키며 책임감있는 생활을 영위하는 사이 대기업 임원들과 워싱턴 실력자들은 극단적 방종을 보여줬다. 그걸 되돌려 놓아야 한다."라는 말로 현재의 문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그동안 경제 정책의 근간을 이루었던 감세, 규제완화, 복지 축소를 과감히 떨쳐내버린 예산안을 제출하였다고 하니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언론들의 평가도 '정치도박'(a political gamble), '미국 현대사와의 혁명적 결별'(뉴욕타임스) ,'미국호(號)의 의미심장한 진로 변경'(워싱턴포스트), '워싱턴에 돌아온 계급전쟁'(폴리티코) 등의 말로 이번 경제정책에 대해 크나큰 반응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하니 가히 혁명적 변화라 표현할 만한다.
이번 미국의 예산안은 말 그대로 빈부격차의 축소를 통한 부의 재분배 확대가 가장 큰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이 위기라는 인식하에서 보다 과감한 경제 정책을 펼치기 위한 노력임을 인식한다면 어찌보면 이제부터 미국의 경제 회복이 어떻게 될지를 또 한번 유심히 지켜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벌써부터 보수진영인 공화당의 반발 등이 예견되는 등 그 어느때보다 미국에서도 계급전쟁이 심하게 벌어질 가능성도 있음을 예상한다면, 민주당과 공화당,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의 치열한 논쟁은 이미 상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고 협상을 통해 조정을 해나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꽤 괜찮은 교육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이미 세계 경제가 재편의 기로에 서있고 그 재편의 기로에서 미국은 또 한번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칠 것이라 생각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 과연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다시 한번 미국이 경제적 도약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미국의 예산안이고, 미국이란 국가가 향후 어떻게 갈 것 인지를 보여주는 일이지만, 미국에 대해 상당부분 의존하는 경제 및 문화적 환경에 접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경제 정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부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도 되는 것이냐.'고 큰소리쳤던 전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을 곱씹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우리나라는 감세, 규제완화, 복지축소라는 미국식 경제정책을 우리 경제의 활성화 근간으로 삼은 지금 이 순간 미국은 다시 경제 정책의 변화를 주고 있으니 이후의 우리나라 경제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고 미국을 맹방이라 생각하는 대한민국이 이번 오바마의 경제 정책 변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이고 향후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에 과연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궁금하다. 감세, 복지축소, 규제완화로 대변되는 현재의 한국 경제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지난 30여년동안 미국의 경제는 몇몇 계층을 제외하고는 그리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빈부의 격차와 부의 재분배 문제가 발생했음을 인식한다면 감세로 대변되는 지금의 경제 정책이 수정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감세가 경기 부양에 효과를 보았다는 연구 결과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유주의 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던 미국마저 경제정책의 대대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 앞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앞날이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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