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

잘사는 사회보다 행복한 사회를 꿈꾸면 안될까?

나눔의꿈 2010. 1. 18. 14:25

4대강 사업으로 시작된 논란들이  세종시 문제로 그 정점을 향해 치달아 가는데 도무지 진정될 기미가 없으니 참 어지러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일은 정치인들이 저지르고 그 뒷수습은 국민에게 떠맡긴 꼴이니 정치인들은 참 편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너도 나도 정치인이 되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권력욕, 명예욕, 금권욕에 사로잡힌 욕망들의 화신이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면, 자신의 힘으로 세상의 불의를 없애고 깨끗하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헛된 욕망과 남들보다 내가 더 잘낫다는 쓸데없는 과시욕이 이들을 사로잡아 세상을 어지럽히는데 일조하는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그래서 정치인은 정치인이라는 이름보다는 권력인이란 이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세종시 문제가 얽히고 설켜버렸다. 총리실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한 후 세종시 건설본부장까지 하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세종시로 행정부처가 이전하면 나라가 거덜날 수도 있다는 보도까지 보인다. 이런 허망한 얘기가 어디있는가? 일국의 총리가 특정 지역을 위해 건설본부장을 하고, 나라가 거덜날 수도 있다는 얘기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놀랄 뿐이다.  

더욱 놀랄 일은 그런 사실에 대해서 총리 자신도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지금 우리는 무서우리만큼 하나의 사안에 몰입되어 다른 사안들은 전혀 고민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하는 쏠림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어느새 2010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4대강 사업은 단계별로 탄력을 받아 진행이 될 것이고, 아직 세종시법에 대한 수정안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론을 분열시켜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으니 이게 지금 정치인들의 모습이요, 우리 국민들이 바라보는 현실이다.  

2008년도부터 촛불집회, 2009년도 용산참사로 이어지면서 국민은 분명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을 했을 것이지만 여전히 그 고민에 대한 해결책은 없이 사회가 지속적으로 혼란스럽기만 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답답하다.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자본주의 사회가 갖고 있는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아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 어느새 우리는 물질이란 놈에게 정신이 농락을 당한 것과 같은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동일선상에 놓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 무슨 어지러운 애기인가? 

어찌되었든 이제 세종시 문제로 넘어가보자.
세종시로 정부부처를 이전하는 것이 그들이 권위가 있든 없든 헌법재판소에서 위법 판결을 받았고 이에 행정부처의 이전만을 고려하는 형태로 변경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 세종시로 행정부처는 이전하지 않고 몇몇 대기업과 대학교, 연구소를 중심으로 이전하겠다는 얘기로 다시 변경되고 있으니 그 본질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보자.
기실 세종시는 애초에 무리가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한꺼번에 정부부처가 이전하는 것은 정부부처의 이전지에 대한 조성비용. 이전비용, 주변 환경 조성 등을 감안하면 장기 프로젝트이자 대한민국호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책 결정이었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어떻든지 왜 세종시였던가? 있지도 않은 세종시를 건설해서 정부부처를 이전해야만 했던가? 그것은 세종시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문제에 있다. 대한민국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서울을 위시한 주변 도시까지 소위 말하는 수도권에 너무 많은 돈과 사람이 몰려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수도권과 지방이 다 같이 살 수 있는 지역균형발전을 주장하게 된다. 지역균형발전은 쉽게 생각하면 너도 나도 잘 살 수 있도록 어느 한쪽만 맛있는 밥상을 만들지 말고 밥상에 올라간 국이 조금은 덜 맛있더라도 나눠먹으면 언젠가는 더 맛있는 국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상생의 발전이다. 물론 이론적으로 이렇다는 것이고 각 지역이 갖고 있는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인적 구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만들어야만 했다. 그 이유는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잘 알 듯이 지방의 몰락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 불리는 부산의 인구도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출산률의 감소와 더불어 산업의 퇴보에 의한 인구의 감소가 주된 원인이다. 이렇듯 지금 지방은 몇몇 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움직이고 있는 지역을 제외하면 경제현실은 암담할 뿐이다. 더욱 고민되는 부분은 인구의 노령화에 따른 농업 인구의 감소와 농업의 몰락이다. 외국처럼 기업농이 농사를 지어야 하겠지만 국토의 현실과 땅에 대한 국민들의  무한한(?) 애정으로 기업농이 농사를 짓기에는 그 환경이 열악하니 농업을 기업이 지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를 달 수 밖에 없다. 

지금 국내 현실은 점점 암울하게 변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서울이나 지방이나 모두 자기 지역에서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들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그런면에서 모든 물자와 돈, 인구가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수도권은 다른 지방의 인구와 돈을 유입하는 블랙홀의 역할을 하고 있어 지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서울에 있는 중앙부처를 이전해보자는 발상이 나왔다. 

그런데 지금 이 세종시가 정부부처의 이전은 제외한 후 과학기술 교육과 더불어 첨단경제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새로운 구상으로 바뀌고 있다. 얼핏보면 이들이 얘기하는 교육벨트, 첨단경제도시로의 발전이 더 나아보이지 않는가? 그런데 왜 반대들을 할까?

충청권 지역에 있는 지역민의 입장에서는 정부부처가 오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일단 정부부처는 이전이 확정되면 이전하지 않겠다고 중도에 포기할 수 없다. 이미 예산에 반영이 되어 건설중인 정부청사 등을 완성시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의 경우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국립대학교인 서울대학교와 몇몇 대학교가 움직인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한번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즘이면 대학 모집인원이 더 많아진다고 하는데 불과 6년이 남았을 뿐인데 학교를 옮기겠다는 발상이다. 그렇다면 학교를 옮길 것인가? 아주 커다란 인센티브를 부여하지 않는 이상 학교를 옮기지는 않는다. 서울대학교가 세종시로 옮겨갈 것인가? 일부는 옮겨갈 수 있지만 전체가 옮겨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일단 그럼 대학명부터 바꿔야 하는데? 대학도 경쟁이다. 사람이 많고 돈이 많은 서울에서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자신들도 도태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서울소재 대학들이 지방에 캠퍼스를 지어놓고 학생들을 모집하지만 땅값이 싸서 보다 많은 건물을 짓고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지방으로의 캠퍼스 이전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그런데 지금 학교를 옮겨가겠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대상 학교의 일부만 옮겨간다면 일단은 옮겨가는 학교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행정부서의 이중화, 교류를 위한 활동의 제약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얼마만큼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행정부서의 이중화에 따른 소요 예산에 대한 논의없이 그냥 옮겨가면 좋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다. 학교가 옮겨가면 학생이 가고 그럼 주변 상권이 살아날 것이란 생각이다. 그런데 우스운 얘기가 하나 있다. 지금 지방소재 대학에 재학하는 학생들은 방학때만 되면 서울로 올라온다고 한다. 학원 수강은 물론 인턴조차도 서울지역 기업위주로 이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분은 신 공동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기업들이 옮겨오는 문제는 더욱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기업들은 철저하게 이윤을 쫓아가는 구조가 될 수 밖에 없다. 정부에서 기업들로 하여금 세종시로 이전오게끔 하면 무엇인가 반대급부를 해줘야 한다. 만일 그러한 인센티브없이 정부정책을 지속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투자를 하는 둥 마는 둥 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눈앞에 있는 파도만 피하고 보자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상황이 어떤가? 세종시에 기업들을 유치한다는 발표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발을 불러오고 있는데 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투자할 여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수는 한정되어 있는데 여기저기 투자유치를 위해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마 투자를 하다가 말까 하는 생각을 가진다면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자. 기업 하나를 유치해서 어떻게든 지역민의 일자리와 세금 확충을 위해 노력한다면 지금까지 들어간 투자금액을 회수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면 즉, 아주 저렴하게 토지비용을 주고 물류비용을 저렴하게 해 줄 방안을 제시해준다면 그건 모를 일이다. 

어찌되었든 전임 정부의 정책이 현 정부 들어 변화하면서 세상은 시끄럽기만 한데 그 해결방법이 참 아마추어적이라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리고 이 혼란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는 세력도 있을 것이고 은근슬쩍 묻어가는 정책들도 있을텐데 모든 사람들이 이 혼란의 한가운데만 집중적으로 쳐다보는 것만 같기도 해서 고민이다. 세대간의 갈등, 지역간의 갈등, 이념간의 갈등을 넘어 이제는 무슨 갈등을 야기할 지 참 궁금해진다.

일국의 총리가 해서는 안될 말을 거리낌없이 하는 작금의 행태는 더 이상 소위 말하는 지식인층에 대한 실망감으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고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가울 수 밖에 없다. 이미 상식이 통하는 사회는 물건너 간 것으로 생각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혼란은 단순한 혼란 이상의 그 무엇이 우리를 어렵게 만들지도 모른다. 우리 삶에서 경제가 전부는 아니고 잘 사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행복이란 단어가 사라진지 오래지만 전부 잘 산다고 세상이 보다 나은 삶을 보장하지는 않음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미 우리 스스로의 어려움을 조장한 측면도 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내가 잘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 살고 대한민국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나라인데 안타깝다. 나만 잘 살면 대한민국이 잘 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