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침체일로로 들어가고 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지난 97년 IMF 구제금융 당시에는 세계 경제가 그런데로 제대로 굴러가고 있어서 빠른 시간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외부적인 변수가 너무나 크게 작용하고 있고 그런 외부적인 변수의 영향을 내부의 힘으로 막기에는 내부의 힘이 약할 뿐만 아니라 내부의 힘 조차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 투성이가 되고 너덜거리고 있으니 어려움 극복은 정말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97년을 기억하는가? 장롱 속에 고이 모셔둔 금가락지조차 나라의 어려움에 아무 조건없이 선뜻 내놓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그리고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 어려운 난국을 타개할 수 있었고 다시 한번 빛을 발할 수 있었음을 우리는 안다. 그런데 불과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과연 이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우습지만 이미 우리 사회는 그런 노력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 오죽했으면 지난 10년전보다 더 어렵다는 얘기를 하겠는가?
그 당시와 너무나 다른 사회 인식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지만 그 10년은 우리 사회에서 정신적 황폐화를 가져온 무서운 시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빈부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으로 참을 수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존재하게 된 시기요, 세대간의 갈등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세대조차 나서지 않는 그야말로 참담한 단절이란 단어가 점점 우리를 옥죄어 오는 그런 시기였다. 왜 이렇게 우리 사회가 변질되고 변모되었는가? 그것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대다수의 서민들이 비로소 물질적인 욕망이란 놈을 인식하기 시작하였고, 정신적인 만족보다는 물질적인 만족이 우리 사회를 더욱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믿음이 싹트는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고임금시대의 도래, 부동산 가격의 폭등, 주식 가격의 폭등 이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이루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정신문명보다는 물질문명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된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의 변화요, 가부장제도, 대가족 하에서 가족간의 우애와 배려를 미덕으로 삼았던 우리네 정신이 황폐화되기 시작했음을 표시하는 중요한 단서일것이다.
얼마전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일선 교장들을 불러놓고 역사와 관련한 교육을 실시하였고, 국방부에서는 금서를 지정한다고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교과서 개정을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등...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바라보는 입장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좌편향, 우편향이란 말은 정치인이 만들어낸 말이지 결코 우리 국민들이 그런 상황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은 없을 것이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사이에 두고 지역감정을 싸운 것도 다 정치인이 만들어낸 이 시대의 아픔이다. 어느 국가나 어느 지역이나 다 자신이 살았던 고장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이런 것들은 다 정치 이슈화하여 국민들에게 잘못이라는 것을 인지하게끔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정신적으로 덜 성숙한 사회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주는 것이 아니라 정치는 이런 상처를 더욱 헤집어 놓고 있으니 어찌 정치인들이 존경을 받을 수 있겠는가? 정치인들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은 그 사람을 위해 머리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갖고 있는 권력에 머리숙이고 무릎 꿇는 것이 아니라고 감히 누가 얘기하겠는가?
이제 다시 생각해보자. 우리가 지난 10년전처럼 이 어려운 경제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부정적인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렵다. 이유는 하나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아무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가 30%가 안된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치인들에 대한 선호도가 50%가 안된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만큼 그 누구를 믿을 수 없다는 의미다. 믿음이 없고 신뢰가 없다면 어찌할 것인가? 바로 10년전과 다른 이유다. 그리고 10년전과 다른 마지막 이유는 이제 사람들은 어려움을 알고 그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한 댓가가 사람들 속으로 고스란히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번 경험한 사실때문에 우리는 더욱 움츠러 들 수 밖에 없으며 여기에다 지금 정책들이 모두 다 서민들을 위한 정책은 아니라는 사실에 국민들이 받을 수 있는 마음의 상처는 더욱 커지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은 대외적인 변수와 대내적인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여기에다 심리적인 불안감이 더해져 더욱 힘들어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치권이나 정책당국자는 이런 심리적인 불안감을 극복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하지만 서로 잘났다고 싸우기만 하고 내놓은 정책은 캐캐묵은 예전 사고방식으로 만 이해되는 정책들이라는데 더욱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누구하나 나서서 리더십을 갖고 끌고 나가는 것고 아니니... 참으로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힌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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